"코레아 후라"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를 쏘고 나서 제압당할 때 러시아 헌병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자 "코레아 후라!"라고 외쳤습니다. '후라'가 '만세'라는 뜻으로 세계 공통으로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지난 겨울 2월에 중학생 친구들과 공부할 책을 고민하다가 김훈의 하얼빈을 골랐습니다. 2월14일은 발렌타인 데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안중근에 대해 공부해 보자고 했습니다. 2월14일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기 때문입니다. 김훈의 하얼빈은 1905년 12월 조선 청년 안중근이 상해에서 돌아와서로 시작하여 1910년 3월26일 죽음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김훈은 글속에서 덤덤하게 안중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글로 쓰여있기 보다는 수묵화처럼 굵은 선으로 그려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덕순과의 만남과 동행에서 그 단촐함을 전 좋았습니다.
안중근의 하얼빈의 모습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눈 앞에서 현장감 넘치게 그려지고, 그 짧은 순간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였습니다.
안중근은 러시아 군인들 틈새로 조준선을 열었다. 이토이 주변에서 키 큰 러시아인들이 서성거려서 표적은 가려졌다. 러시아인과 일본인들 틈에 섞여서 이토는 이동하고 있었다. 이토는 가물거렸다.
안중근의 귀에는 더 이상 주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 러시아인들 틈새로 이토가 보였다. 이토는 조준선 위에 올라와 있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가 방아쇠를 직후방으로 당겼다. 손가락은 저절로 움직였다.
공개재판에서 재판장 미나베와 안중근의 문답이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몇 가지를 말하겠다. 내가 이토를 죽인 까닭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오늘 기회를 얻었으므로 말하겠다.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객으로 신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토가 한국 통감이 된 이래 무력으로 한국 황제를 협박하여 을사년 5개 조약, 정미년 7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싸우고 있고 일본 군대가 진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전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장 미나베는 안중근과 우덕순을 정치범이 아니고, 살인범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정말로 눈에 보이는 저질스러운 재판 결과였고, 안중근의 목적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였습니다.
이 책에 관해 글을 쓰다가 미스터 션샤인과 구미호뎐1938이 떠올랐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의병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요즘 넥플릭스에서 보아야 할 것이 많이 있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미스터 션샤인'은 꼭 보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구미호뎐1938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의 그것들과 싸우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오고 독립하여, K문화를 독창적으로 이루어낸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습니다.
코레아 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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