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 비키니가 섬 이름? 핵 실험의 진원지!
세면대에서 뭐 하느냐고? 에헴, 보다시피 엄마는 휴가 때 입었던 수영복들을 세탁 중이시다. 세탁기가 있어 편리한 세상이 됐지만 그래도 수영복은 손빨래하는 게 더 좋거든. 어디 수영복뿐이니? 신축성이 좋게 하려고 스판덱스나 탄성 섬유를 섞어 만든 기능성 옷과 속옷은 아무래도 이렇게 조물조물 손빨래하는 게 좋다는 말씀! 그나저나 이렇게 알록달록한 열대 꽃이 프린트된 예쁜 비키니를 보니까 휴양지에서 신 나게 물장구치던 너희들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어슬렁거리다가 수영장 옆에 놓인 긴 의자에 드러누워 구름이 떠가는 모습을 마냥 쳐다보던 여유로운 시간도 생각나고, 그런데 비키니라는 말에도 굉장한 역사적 사건이 담겨 있어. 여유로운 한때와는 거리가 먼 얘기인데, 한번 들어 볼래?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과 세계사 공부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선생님의 이야기 보따리에 즐겁기만 했던 공부시간이 떠오릅니다. 그 이야기 보따리를 책속에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영숙 작가님의 책이 세계사 이야기 보따리라고 생각하여 아이들과 같이 읽고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이영숙 작가님의 세계사 시리즈 《식탁 위의 세계사》, 《지붕 밑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멋쟁이 초등학생들에게 《옷장 속의 세계사》에 딱이라고 생각했고, 학생들의 반응 역시 좋았습니다.
옷들에 숨겨져 있는 역사가 아이들을 흥미롭게 이끌어 갔습니다. 한번에 읽기보다는 한 챕터씩 읽고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옷장 속의 세계사》의 옷장 속에는 아래의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각 옷들이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는 다채롭고 우리가 알 지 못했던 일들을 알려 줍니다.
청바지(금광을 찾아서!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
비단(실크 로드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벨벳(짧았던 프라하의 봄과 부드럽게 이룩한 벨벳 혁명)
검은 옷(블랙 마니아 펠리페 2세, "검은 옷만 입어라" 크롬웰)
트렌치코드(전쟁의 참호에서 피어난 멋)
마녀의 옷(잔 다르크가 마녀라고?)
바틱(인도네시아 인들의 삶과 함께하는 염색 옷감)
스타킹(합성 섬유의 왕, 나일론)
비키니(비키니가 섬 이름? 핵 실험의 진원지!)
넥타이와 양복(말더듬이 왕 조지 6세, 양복 입은 황태자 히로히토)
저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은 청바지에서 미국의 서부개척의 역사, 비단에서 실크로드를, 벨벳에서는 부드러운 벨벳혁명을, 검은 옷에서는 스페인의 왕과, 영국의 청렴주의자 크롬웰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옷들을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철에여서 그런지 앞으로 있을 비키니에 대한 관심도 아주 높답니다. 바닷가와 뜨거운 햇빛 속에 비키니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무섭고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답니다. 아이들과 2차 세계대전과 핵 실험 이야기까지 폭넓게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나라 한국사의 역사도 거론하게 되어서, 길어질 것을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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