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角質)로 나누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듯 간신히 덮요 있었다. 다른 부분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가 눈앞에서 맥없이 허우적거렸다.
「변신」의 첫머리
벌레로 변해버린 그와 그의 가족이야기 입니다.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카프카의 변신이지만, 왠지 벌레로 변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선뜻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어짜피 줄거리도 다 알려질대로 알려진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할까? 내가 혐오하는 벌레가 소재인데... 미루고 미루어 두었던 카프파의 변신은 중2 친구의 성화에 책장을 넘기기로 하였습니다.
흑백영화처럼 무채색의 세상에서 반복적이고 평범하기만 했던, 그레고르의 삶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게 됩니다. 평소에 들었던 이야기가 많은지라 좀 지루하기도 하였으나, 점점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리와,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 가족의 '변'해버린 가족관계,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 가족의 마음에 공감해가는 나의 '변'해가는 생각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살아 움직여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습니다.
변신을 읽은 나의 딸이 묻습니다.
"엄마! 내가 벌레로 변하면 어떡할꺼야?
..."아... 일단, 너의 모습을 가리고, 병원에 갈래!"
"엄마, 그럼 병원은 어떤 쪽으로? 종합병원? 동물병원?"
..."아... 일단... 너무 어렵다. 변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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